나르시시스트 리더: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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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등의 스트롱맨, 극우 정당, 테러조직, 가짜뉴스, 포퓰리즘…
우리는 왜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될까?


정치, 경제, 사회 조직을 교묘하게 장악하는
나르시시즘에 대처하기 위한 심리 및 행동 처방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과 태도가 자국은 물론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대한 책임론, 최측근 인사들도 줄줄이 등 돌리게 만드는 독선적 리더십, 되풀이되는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들을 인터뷰하고 백악관 내부 이야기를 폭로해 크게 화제가 된 책 《화염과 분노》에서는 트럼프의 정신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민주주의적 스트롱맨 정치인이 득세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연임을 거듭하는 푸틴, 공포정치를 강화하는 에르도안 등 세계 곳곳에서 스트롱맨들이 자국 성장과 보호라는 명목 아래 득세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적으로 극우정당이 힘을 얻고 있고, IS 같은 테러집단 및 극단주의 조직이 세계를 무대로 사람들을 현혹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한편 직장에서는 독재자형 리더가 장악하며, 조직원들의 내면을 뒤흔드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심리치료 권위자이자, 《따귀 맞은 영혼》, 《나는 괜찮지 않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등 다수의 심리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이런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집중 분석했다. 이는 역사, 자국 및 주변국의 정치경제 상황, 지도층의 성향 등 다양한 원인이 집약되어 나타나는 문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접근해볼 경우 조직과 사회, 개인의 내면을 장악해가는 ‘나르시시즘’에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낼 수 있다.

트럼프, 푸틴, 에르도안, 토머스 미델호프(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전 아르칸도르 CEO), IS, 페기다(반이슬람, 외국인 혐오 성향이 짙은 독일 극우정당) 등 바르데츠키가 분석한 문제적 리더나 조직들은 여러모로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가짜뉴스, 요란한 선동 구호, 포퓰리즘 전략 등 나르시시즘 특유의 유혹술을 바탕으로, 대중을 현혹시킨다. 한편, 자기과시와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소셜미디어, 소비 및 성공 지상주의, 자기계발 및 자기 최적화 등 나르시시즘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들의 나르시시즘적 면모에 후광을 비추기도 한다.

문제는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리더나 조직이 권력을 잡게 되면, 나르시시즘의 부정적인 영향이 극대화되기 십상이란 점이다. 그 영향은 권력 남용, 독재, 대중 통제와 사실관계 조작, 위협과 협박, 언어 및 물리적 폭력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감지하는 두려움과 혼란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문제적 조직이나 리더가 탄생하는 배경을 파헤치고, 이들이 대중을 유혹하고 선동하고 통제하는 다양한 심리 전략을 살펴본다. 이들은 특히 우리 안의 나르시시즘적 취약성과 의존성을 활용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나르시시스트들의 전략은 물론,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독재나 포퓰리즘, 과격주의의 마수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개인의 내면, 조직과 사회를 심리학적으로 집중 분석하며 우리 안과 밖의 나르시시즘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재형 리더는 우리 안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한다”
나르시시스트의 성격 구조,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는 유혹의 기술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외부에서 볼 때는 누구보다도 자아존중감이 충만하고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내면 깊숙한 곳은 취약하고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이런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자아존중감이 낮다. 이들은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회의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감추기 위해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들은 외부로 내보일 거창하고 강력한 면모, 과대자기(grandiose self)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뒤 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 자기 자신과 타인을 속인다.

한편 이들은 자신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다는 내적 불안을 품고 있기 때문에 최고가 되는 것,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에 집착한다. 그래서 성공과 부, 지위와 신분,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내적 결핍을 충족하려 든다. 이런 외형적 요소들이 없으면 이들은 사실 공허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다. 이런 자기 포장은 타인과 가까워지는 순간 들통 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들은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보다는 타인을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하려 든다. 그래서 자기도취적인 사람에게서는 자신은 물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사랑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상호숭배 혹은 거부만 있을 뿐이다.

이론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듯한 나르시시스트들이 오늘날 유독 주목받고 우리가 이들에게 쉽게 현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들은 일 처리나 업무 성과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능력 및 성공 지향적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과감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타입이기도 하다. 둘째, 나르시시스트 중에는 유독 달변가 유형이 많아 능숙하게 대중을 설득한다. 셋째, 이들은 선봉에 나서거나 세상의 중심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을 즐긴다. 쇼와 화려함의 과시, 괴벽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등등, 무엇 하나 평범한 것 없이 과장된 제스처를 취한다.

이런 모습이 카리스마로 포장되어 대중을 사로잡기도 한다. “주위를 압도하는 자기도취적인 인물은 특히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해 동경만 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나약한 이, 겁 많은 이, 실패자, 의존적인 이들에게 ‘나르시시스트’는 성취되지 못한 모든 갈망을 투영해 보여주는 프로젝션 스크린 같다. …… 그의 광휘가 자신에게까지 비추는 것을 느끼며 자아존중감이 강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지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일차적 관심사는 그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승리, 대중의 찬사, 사회적 성공과 인기를 누리는 일이다.

또한 나르시시스트의 사고와 행동 양상이 늘 지배적이고 자기과시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나르시시즘적 성격 구조를 갖고 있고, 자아존중감이 결여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열등한 사고와 행동 양상을 보이는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도 있다. 이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존재로 간주하며, 필요 이상으로 타인에게 희생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자신과 대비되는 ‘나르시시스트’와 함께하고 그를 이상화함으로써, 그의 성공과 명성에서 후광을 얻고 자아존중감을 드높인다. ‘나르시시스트’와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는 이렇듯 서로의 결함을 상쇄하는 영혼의 짝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정치적 전략을 위해 사회 분열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심리 구조 자체가 분열 상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순되는 두 요소나 상황이 나란히 공존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런 긴장 상태를 극복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순되게 공존하는 요소 가운데 어느 한 요소를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부정해버린다. 따라서 세계관, 적이나 아군을 분류하는 등 사람을 분류하는 방법,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법도 매우 단순하다. 일례로 대선 운동 당시 트럼프는 ‘외국인 배척, 자국 경제 강화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순한 구호를 강조하고, 미국을 백인 서민층과 그 외 세력으로 나눠 양극화를 조장하는 전략을 썼다. 실현되기 어려운 공약이 다수고, 온갖 기행과 실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중의 지지를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전략 때문이었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실현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가 내세우는 ‘강인함’과 ‘단순한 해결책’에 매료되었다.

극단주의 조직이나 테러집단도 사람들의 나르시시즘적 취약점을 활용한다. 이들은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10대 청소년이나, 위기에 빠진 사람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인간적 존중, 인정과 확신을 준다. 이러한 집단이 주는 확실한 지침, 강력한 권위는 이들에게 불안한 내면과 삶을 잊게 할 든든한 틀이자,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근거가 된다. 저자는 특히 젊은 층이 테러집단이나 과격주의 세력에 세뇌되거나 급진화되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며, 개인은 물론 가정과 학교 등 시스템적으로 이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따.

한편 페기다와 같은 극우정당은 외국인이나 난민 유입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그런 사례들을 수집해 대중이 지닌 온갖 분노를 이들에게 쏟아내도록 몰아가도록 심리 프레임을 조장한다.

이 책은 이렇듯 문제적 리더와 조직이 사용하는 다양한 유혹 전략들을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이 애초에 이들의 마수에 현혹되지 않도록 돕는다. 또한 요란한 구호가 없이도 진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가진 지도자들의 특징을 소개하며, 더 나은 리더를 선별하는 안목도 길러준다.

나르시시즘의 부정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다면 우리는 문제적 리더나 조직이 가진 나르시시즘의 부정적 영향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특히 우리는 일터에서 이런 문제를 직접적, 지속적으로 겪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권력을 지닌 나르시시스트들을 상대하는 것은 지뢰밭을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인해 상황에 유리하게 말을 바꿔버리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기 일쑤고, 조그만 일에도 심사가 뒤틀려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또한 상대가 그의 영향력을 부정하고 자주권을 발휘할라치면 폭언과 폭력, 평가절하, 위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안정된 자아존중감, 자신감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도취적인 권력자와 맞서다가 내적으로 큰 상처를 입기 쉽다. 이들에게 대응하려면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을 자극하는 전략을 취하기 쉬운데,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그에 곧바로 응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의 행동에 똑같이 응수하면 난타전이 벌어지기 쉬운 데다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는 상황을 제멋대로 왜곡하고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데 능숙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무뢰한 언행에는 단호히 거부하는 태도를 취하되, 복수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사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갈등이 고조되는 일을 방지하고, 나아가 이를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은 바로 비폭력 대화다.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상대방을 평가절하하고, 선입견을 극대화하고, 부탁이 아닌 일방적인 요구를 해댄다. 이런 화법은 나르시시스트의 가장 취약한 부분, 즉 ‘존중받지 못함’에 대한 불안과 공격성을 건드릴 뿐이다. 저자는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되, 상대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입장에서 열린 자세로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목표는 나르시시스즘적 리더나 조직에 복종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올곧고 강인한 태도로 상대방과 같은 눈높이에 마주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좀처럼 자기 성향이나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만큼 너무 성급한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우리가 ‘나르시시스트’와 엮이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우리 안의 나르시시즘’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기보다는 ‘강력한 지도자’에게 이를 내맡기고, 이들에게 의존하려는 퇴행적 심리,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로서의 심리가 ‘엉뚱한 지도자’가 득세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 이들은 포퓰리스트들이 민중을 상대로 내거는 ‘단순하고 명쾌한 슬로건’, ‘권위를 앞세운 재빠른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원인임을 간파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 사회 문제의 복잡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민주적 해결 및 결정 절차에는 수많은 의견이 고려되기 마련이며 오랜 숙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민주적 시민에게는 그런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을 극복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또한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책은 사회나 조직의 선봉에 선 나르시시스트를 통해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려는 군중 심리, 권력자의 입지 및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며 이들에게 의존하려는 우리 안의 퇴행적 심리를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나르시시즘적 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일을 피하도록 해준다. 한편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적 문제에 분노나 좌절, 무기력한 반응으로 일관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볼 것을 독려한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뉴스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나르시시즘적 유혹의 교묘한 프레임에 현혹되는 일이 없으려면, 입맛에 맞는 뉴스만 골라보며 개인의 나르시시즘을 고착시키는 일을 피하려면, 우리는 스스로의 문제에 책임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대응하되,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민주적 습관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과 ‘더 훌륭해지는 일’에 중점을 두는 나르시시즘적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미디어, 인터넷상에서의 자기과시 풍조, 신용카드 형태로 항시 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돈 역시 나르시시즘적 행동 방식이 형성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현실과 구별되지 않는 허상의 세계에 빠진다. 채무, 패배감,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자기착각은 모두 나르시시즘이 낳은 부정적인 결과물이다. -30~31p

또 다른 특수한 유혹의 기술로 칭찬과 모욕을 교묘히 혼합하는 방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정보기관을 상대로 구사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힐난하고 모욕하고 배척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추켜세운다. 이러다 보면 상대방은 ‘어느 쪽이 진짜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지만, 이 의문에 정해진 대답은 없다. 답이 주어질 경우, 이 전략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어떤 이슈를 다룰 때 적이 나타날 경우, 상대방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동안 트럼프는 새로운 이슈나 주장을 내세워 주의를 돌린다. 트럼프의 반응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해서 상대방의 기력을 완전히 소진시킨다. -52~53p

강력한 지도자를 향한 열망에는 누군가의 계도를 받고 그에게 의존하려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 이런 욕구는 강한 아버지를 향한 퇴행적, 소아적 갈망에 의해 강화된다. 또한 이런 욕구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인간 존재의 특성을 보여준다. 마치 아버지를 만능 재주꾼이자 만물박사로 여기며 언제까지고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 믿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독일에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정권을 잡기를 희망하는 유권자가 11퍼센트 정도에 그친다. -66p

자기도취적인 이들에게 최고의 방어 메커니즘은 책임 전가와 경멸이다. 이는 특히 갈등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나르시시스트’는 당면한 갈등을 분석하고 논의하고 해결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상대방에게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든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행위가 아니라 회피하는 행위다. 이들이 내놓는, 얼핏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은 희생자, 추격자(가해자), 구원자라는 세 가지 심리적 역할(법적 역할이 아닌)이 있는 심리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게임의 목적은 책임질 대상을 만들어내 배척하고 비난하고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다. -114p

많은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발산한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안정된 자아존중감의 형태로 발현되며, 그 당사자는 화려한 조명을 즐기고 권력을 추구하되 그것을 행사하는 데 있어 이해와 책임감을 잃지 않는다. …… 미셸 오바마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녀는 특유의 웃음과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태도, 넘치는 에너지, 지성, 건전한 자신감을 발산하며 주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자신감은 오만함이나 우월 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172p

“인권은 무조건적인 권리다. 이를 얻기 위해 꼭 무언가를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기 위해 개개인이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은 없다.” 이런 관념은 자동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열린 민주주의의 한 구성 요소다. ‘나르시시스트’가 다름과 다양함을 용납하지 못하고 파괴시키려 드는 반면, 민주주의에서는 이를 수용하고 실천하는 일이 핵심이 된다. ‘단일성의 도그마(Dogma)’는 세계를 보는 시각과 관련해 협소한 틀을 만들고, 그에 들어맞지 않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187p

About the author

■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 (Bärbel Wardetzki)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의 저자.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36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1981년 심리학 디플로마(학‧석사 통합과정 학위) 취득 후 미국으로 건너가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공부했고, 독일로 돌아온 뒤에는 9년간 그뢰넨바흐 심인성질환 전문병원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그녀는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는 학문적 연구와 저서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뮌헨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슈퍼바이저, 코칭 지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심리치료 권위자로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세계 곳곳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요즘에는 우울증, 번아웃 같은 정신적 질병을 낳고 왕따나 생산성 저하, 집단 무기력 및 과격주의로까지 번지는 조직과 사회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옮긴이: 이지혜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학과 정치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도서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문학, 인문, 자녀교육, 에세이, 실용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책을 번역했다. 역서로는 《토니오 크뢰거》, 《씽커스: 20세기를 창조한 12명의 지식 정복자들》, 《행복의 연금술》, 《문학과 미술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신데렐라 카니발》,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내 아이 때문에 미칠 것 같은 50가지 순간》, 《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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